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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은 왜 ‘중국을 존중하라’고 외쳤나

Posted July. 26, 2019 10:21,   

Updated July. 26, 20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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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수영 스타 쑨양은 ‘국제 왕따’가 됐다. 자유형 400m 사상 처음으로 4연패를 달성하고, 2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외면받았다. 일부 선수들은 쑨양이 서 있는 시상대에 오르지도 않았고, 기념 촬영도 거부했다. 상당수 선수들이 이들을 지지했다.

  ‘반(反)쑨양’ 정서는 ‘쑨양이 금지 약물의 힘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인식을 근거로 한다. 그는 5년 전 도핑 적발 때 3개월 출전정지라는 경징계로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혈액이 담긴 도핑용 유리병을 망치로 깨뜨려 검사를 방해했다. 스포츠는 공정성이 생명이고, 그 최후의 보루가 도핑 시스템이다. 쑨양은 근간을 흔든 ‘중대 범죄’를 저질렀는데, 제대로 된 처벌은 아직까지 없다. 그래서 선수들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쑨양은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도핑 의혹은 근거가 없고, 강대국의 횡포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한다. 수영은 미국과 유럽이 주름잡고 있는 대표적인 백인 스포츠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늘 변방이었다. 쑨양은 자신이 그 서열구도를 무너뜨리자 주류 세력들이 도핑을 구실 삼아 ‘공격(견제)’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쑨양을 모욕한 선수는 호주와 영국 등 영연방 소속이다.

 쑨양의 주장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화웨이 관련 중국 논리와 닮았다. 미국은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가 대(對)이란 제재 조치를 위반한 점을 근거로 지난해 말부터 화웨이 공격에 나섰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 스파이 노릇을 하기 때문에 ‘정보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논리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미국이 주도하던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중국(화웨이)이 5세대(5G) 기술 등에서 앞서나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제재를 했다고 반박했다.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화웨이와 쑨양 관련 논리가 닮은 건, 중국의 스포츠가 국가 선전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은 군사, 경제적으로 급부상한 뒤 2000년대 들어 소프트파워에 열을 올리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힘(군사, 경제 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외교방식이 하드파워(hard power)이고, 문화와 스포츠 등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소프트파워(soft power)다.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원한다면 소프트파워를 마스터하고, 남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가 되고 싶으면 하드파워를 익혀라.” 이렇게 말했다.

 농구스타 야오밍, 육상스타 류샹(허들), 수영스타 쑨양 등 세계적인 선수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소프트파워와 관련한 투자의 결과였다. 가만 보면 종목도 미국이나 유럽 등이 주름잡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데 중국이 스포츠를 통해 추구한 건 세계인의 마음을 살 매력이 아니라 중국이 최고라는 패권 이미지였다. 선수들의 성과를 통해 ‘Made in China’에 씌워진 저가(低價)의 이미지를 세계 1위의 이미지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승리지상주의로 선수들을 몰아쳤다. 금지 약물 등에 대해서도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쉼 없이 훈련해서 국가에 이바지하라고 주문했다. 쑨양이 이번에 “나를 존중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소리친 게 그래서 나왔다.

 스포츠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보급할 목적으로 세계 곳곳에 세운 공자학원에 대해 현지에서 ‘공산당 선전 도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소프트파워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한계를 보여준다.

 이번 쑨양 일을 두고 중국 수영협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은 현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의도와 달리 어필할 매력 자산은 줄어들고 곳곳에서 충돌이 이어질 것이다.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