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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에 완봉승 키움 이승호

Posted May. 11, 2019 09:51,   

Updated May. 11, 20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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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이형 보면서 ‘언젠가 나도 하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웃음)….”

 8일 LG를 상대로 데뷔 첫 완봉승(9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이승호(20)는 “실감이 안 난다”며 활짝 웃었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두 번째 완봉승 기록을 세운 날 이승호도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에서 2008년 6월 7일 김광현(31·SK) 이후 11년 만에 나온 ‘약관(弱冠)’의 완봉승으로, 팀 역대 최연소 완봉승 기록(종전 2008년 4월 23일 장원삼·당시 25세)도 약 5년 앞당겼다.

 “아침에 부모님께 ‘어버이날이니 잘 던질게요’라 말씀드린 게 전부인데 (약속을) 지켰어요. (경기가 끝난 뒤) ‘고맙다’고 하시는데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뿌듯했죠.”

 경기 후 코칭스태프는 이승호의 완봉승을 확정지은 104구째 공을 챙겨 ‘KBO리그 데뷔 첫 완봉’이란 기념 글귀를 쓴 뒤 이승호에게 전달했다. 활짝 웃으며 라커룸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그는 “부모님께 갖다드리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개인통산 12번째 선발 등판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2017년 KIA에 입단한 뒤 같은 해 김세현(32)의 트레이드 맞상대로 키움에 둥지를 튼 이승호는 지난해 6월부터 구원으로, 9월부터 선발로 1군 무대를 경험했다. 같은 해 10월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4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으며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4선발로 낙점 받은 이승호는 기대 이상으로 훌쩍 컸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훈련 비중을 높이고, 투구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하려고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가다듬은 것이 빛을 봤다. 올 시즌 첫 경기인 두산전 7이닝 2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8경기에 등판해 6번의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QS부문 국내선발 중 전체 1위로, 특급 외인 못지않은 안정감을 선보이고 있다.

 승리(3승), 평균자책점(3.78) 등 기록 욕심은 없다는 이승호도 ‘QS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는다. 데뷔 첫 완봉도 직전 경기(2일 SK전 4이닝 6자책)에서 QS를 못해 분한 마음에 푹 쉬고 심기일전한 뒤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앞으로 출전하는 경기마다 QS 이상의 투구를 선보이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선수생활의 목표는 ‘제일 유명한 이승호 되기’란다. KBO리그에 키움 이승호 외에 1999년 LG에서 데뷔한 ‘큰’ 이승호(43·현 KT 불펜코치), 2000년 SK에서 데뷔한 ‘작은’ 이승호(38·현 상무 투수코치)까지 ‘이승호’만 셋이다. 두 선수 모두 현역시절 ‘시즌 10승 이상’은 경험했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다.

 “쟁쟁하신 분들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야구선수 이승호’ 하면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끔 첫 완봉 느낌대로 계속 잘 던져 보겠습니다. 하하.”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