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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스트롱맨에 대처하는 한국외교 해법은?

美-日 스트롱맨에 대처하는 한국외교 해법은?

Posted February. 09, 2019 08:45,   

Updated February. 09, 20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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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일본의 두 ‘스트롱맨’은 외교 정책에서도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다. 사업가 출신답게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도 ‘돈’에 연결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및 방위비 문제로 한국과 삐걱거리는 것이 대표적.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 비핵화 속도에 대한 한미 인식 차이도 매우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로 유명하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초계기 및 레이더 갈등,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어떤 문제에서도 양보하지 않는다. 레이더 문제는 일본 방위성 내에서 “갈등을 빨리 마무리하자”는 실무진 주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을 감안할 때 한국의 대응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미국을 전통적 우방으로 맹신하고, 일본에 내내 “과거를 직시하라”고만 요구해서는 각종 첨예한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대미, 대일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미 정책을 수립할 때 과시욕이 있고, 협상과 담판을 즐기며,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놔두고,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 방문객들에게 이를 자랑하듯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프 심스 전 백악관 메시지전략담당관은 최근 출간한 저서 ‘독사들의 팀(team of vipers)’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행가이드 같다. 사람들에게 백악관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것을 즐긴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발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예고한 각종 청문회와 전방위적인 조사 움직임 속에서 재선(再選)은 그의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흥망성쇠가 아니다. 조사의 칼날이 그의 자녀를 비롯해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각종 사업체 등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최측근 로저 스톤마저 최근 전격 체포되는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갈수록 그를 옥죄고 있다. 그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이유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꼼꼼하게 협상 세부 사안을 챙기기보다 본능과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즉, 치밀하게 준비한 협상 상대방을 만나면 힘을 못 쓸 수 있다”고 트럼프 ‘대응 요령’을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러 위협을 증폭시키거나 요구 조건을 최대치로 높인 다음 상대방에게 자신의 아량을 과시하며 요구치를 낮춰주는 식의 협상을 즐긴다. 이 때문에 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읍소하거나, 초반부터 수세적으로 나가면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고 많은 외교 전문가는 경고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대표적이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분담금을 늘리는 대신에 ‘자체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미국을 도와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논리로 핵잠수함 개발 및 F-22 랩터 전투기 등을 요구해도 좋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격적 맞대응 카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본 전문가들 또한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선 ‘과거 직시’를 반복적으로 요구할 게 아니라 최우방국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 외무성 간부가 사석에서 “한국이 중국 및 북한과 접근하고, 일본을 등한시하는 ‘전략적 미스’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기대치와 신뢰도는 바닥을 찍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주장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판가름을 내자”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로 탈출구 없이 한일 간 갈등을 빚기보다 제3의 기관을 통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것. 그는 “어느 측이든 패소한 국가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 한일 간에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일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헌법 개정, 군비 강화 등 일본 내치(內治) 사안에 대해 한국이 지나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경제, 안보 등 일본과 협력할 분야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도쿄=박형준 ligh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