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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읽는 박근혜 전 대통령

Posted October. 11, 2017 09:38,   

Updated October. 11, 2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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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장편 소설 ‘대망(大望)’을 집어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인과 기업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대망을 읽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새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교정당국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열리지 않는 때에는 10.6m² 크기 독방에서 주로 대망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홋카이도신문 등에 연재한 소설이다.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오다 노부나가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당대의 인물들을 그려냈다. 보잘것없는 다이묘(영주) 집안에서 태어나 전국을 제패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 까닭에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잘 팔리는 책이다.

 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소설 속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에 본인의 처지를 투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력이 지배하던 일본 전국시대를 인내심으로 버텨낸 인물이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2인자로 지냈지만 결국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감방과 법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희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수감 생활을 시작한 이래 박 전 대통령은 박경리 선생의 ‘토지’, 이병주 선생의 ‘지리산’과 ‘산하’ 등 주로 역사에 기반을 둔 소설을 즐겨 읽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독서 성향이 출소 후 정치 일선에 복귀하려는 계획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무죄 판결을 받아내 정치판으로 복귀할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 오신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까, 새로운 도약을 이끌까 하는 생각뿐이었다”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1심 구속기한 만료(16일 밤 12시)를 앞두고 법정공방이 치열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별다른 감정 동요 없이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충실하게 임하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준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