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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보는 한국인의 눈

미국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보는 한국인의 눈

Posted May. 12, 2016 07:42,   

Updated May. 12, 20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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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원자폭탄 피해의 상징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한다. 백악관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속적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로 해석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지적했듯 일본인들은 오바마의 방문 자체를 사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71년 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곳을 찾지 않은 것도 이런 해석을 우려해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에서 ‘비핵화 선언’을 발표해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비핵화 및 핵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임기 마지막 해 피폭지인 히로시마에 역사적 방문을 함으로써 또하나의 업적으로 남길 생각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전략에서 미국과 손잡고 대중(對中) 견제에 적극 협조한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보상’ 성격도 짙다. 뉴욕타임스가 “아시아의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보다 가깝게 협력함으로써 역사적 차이를 다루어 나가도록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한 것처럼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비극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의 종식을 앞당기는 역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더구나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전범(戰犯)이라는 가해자 의식 대신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켜왔다. 아베 총리는 작년 4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때도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선 ‘통절한 반성’을 하면서도 한국 등 주변국 침략에 대한 사과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간의 합의도 아직 이행하지 않은 일본이다. ‘가해의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아온 아베 정권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전쟁책임을 희석시키는 데 이용하면서 침략의 역사를 외면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와 함께 원폭 피해자 중 약 10%로 추정되는 한반도 출신 희생자들을 기리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가 서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도 찾아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한 간접적 경고를 하기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정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한다면 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최대의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야 할 것이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