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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여론조사의 속임수

Posted January. 12, 20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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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가 걸려온다. 안녕하십니까.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기계음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다. 가차 없이 끊는다. 사람 목소리면 인내가 필요하다. 전화 면접원이 여론조사 개요를 설명한 뒤 3분(또는 5분) 정도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하면 지금 회의 중이라든가 하면서 가급적 예의를 갖추게 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해 12월 2830일 19세 이상 남녀 1634명을 표본으로 정당 지지율 정례 조사를 실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자동응답시스템(ARS)의 응답률은 전화면접조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무선 ARS(35%) 응답률이 3.8%로 가장 낮았고 유선 ARS(35%) 5.5%, 유선 전화면접(15%) 26.1%, 무선 전화면접(15%) 34% 순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모집단의 특성을 올바로 측정하지 못해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새누리당 대구 동을 이재만 예비후보 측에서 생산한 A4용지 1장짜리 여론조사 행동요령 지침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20, 30대가 ARS 응답률이 낮은 점을 겨냥해 여론조사 응답버튼을 누를 때 나이를 물어보면 20, 30대를 꼭 선택하시라는 지침을 이 문건은 담고 있다. 응답률이 높은 40대 이상이 20, 30대인 양 답변하면 전체 여론조사 반영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노린 것. ARS 조사의 경우 연령대 식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11일 주간동아에 따르면 20대 총선 선거운동원들 사이에서 여론조사 때 지지자 500명을 모으면 경선 통과 가능성이 50%를 넘고, 1000명을 모으면 본선 진출이 확정적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비정상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 비정상 선거운동을 낳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31일 휴대전화 가입자의 거주지와 연령을 파악할 수 있는 안심번호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ARS 조사 방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론조작의 유혹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박 제 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