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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스모그 적색경보

Posted December. 09,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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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하늘이 평소 얼마나 캄캄한지는 비가 와봐야 안다. 비가 내려 시커먼 먼지를 씻어내면 모처럼 한국 같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 외교관이 평소 습관대로 조깅하다가 귀국한 뒤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괴담이 나돈다. 실제로 중국계 미국인으로 처음 중국대사가 된 게리 로크는 2013년 갑작스러운 사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스모그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되레 중국 스모그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중국의 대기오염 경보는 황색-주황색-적색 순이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베이징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m당 1000g,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40배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주황색 경보만 발령해 빈축을 샀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은 81150이다. 주황색 경보가 발령되면 건설 현장에서 먼지를 발생시키는 활동이 금지되고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스모그를 줄일 수는 없어도 최소한 사람이 조심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인민의 건강은 안중에 없다는 말이냐는 비난이 빗발치자 그제 오후 베이징 시가 사상 처음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적색경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기준치 8배 이상 3일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에 따라 8일 베이징에선 자동차 홀짝제가 시행되고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어제 오후 4시 베이징 오염도는 WHO 기준치 15배에 육박해 방독면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까지 등장했다.

초미세먼지는 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말 그대로 초미세라서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쌓이며 한 번 몸속에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예보 등급을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의 4단계로 예보하는데 주로 중국발 스모그가 건너오면 나쁨 상태가 된다. 중국이라는 이웃을 둔 죄다. 중국의 공장 가동과 자동차 운행을 우리가 멈출 수는 없다. 중국이 신속히 정보를 제공해 우리가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손을 써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