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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투자 보다 20년 늦은 한국, 노벨 과학상 20년은 기다려줘야"

"R&D투자 보다 20년 늦은 한국, 노벨 과학상 20년은 기다려줘야"

Posted October. 08, 20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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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은 기다려야.

일본인 과학자들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을 잇달아 받자 국내 과학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당장 한국인 최초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결실을 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투자해 2000년대부터 성과 낸 일본

일본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본격적으로 배출한 시점은 2000년 이후다. 노벨 과학상을 받은 21명 가운데 2000년부터 올해까지 16명이 나왔다. 이들은 1980년 이후부터 꾸준히 업적을 내놨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기초연구 붐이 불었다. 1980년 말 일본 기업들은 중앙연구소에서 기초연구소를 독립시켰다. 일본 정부도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하로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경제위기에도 이 원칙을 고수했다. 일본이 한창 기초 연구에 매진할 때 한국은 연구 환경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를 할 형편도 아니었다. 한국은 2000년 전까지 세계 3대 과학저널(네이처, 사이언스, 셀)에 발표한 논문이 1년에 10편도 채 되지 않았다. 정부의 전체 R&D 예산도 4조 원에 불과했다.

1994년 일본 도쿄대 조교수를 거쳐 올해 초 국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 교수를 지낸 정순찬 단장은 일본 정부는 이번에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한 슈퍼가미오칸데처럼 대형 실험 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예산이 많이 투입돼도 기다리고 격려하는 편이라며 예산을 투입할 때도 관련 분야 과학자들의 의견을 기준으로 삼아 우선순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는 2008년 고바야시 마코토() 명예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내 대표적인 기초 연구 시설로 꼽힌다.

2000년대에야 연구 환경 갖추기 시작한 한국

2000년 들어 국내 연구 환경에는 차츰 순풍이 불고 있다. 올해 R&D 예산은 18조8900억 원으로 15년 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과학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1997년 20위에서 지난해 6위로 14계단이나 상승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본과의 격차는 19계단에서 4계단으로 좁혀졌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2012년 개원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은 3년 만에 24개 연구단이 세워졌다. 지금도 해외 석학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 등 기초과학의 요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과학계는 이제 한국도 노벨상을 받을 만한 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한다.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국내 과학자들도 후배들이 노벨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트는 작업을 한 것이라며 조급해선 안 된다고 주문한다. 염한웅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은 정부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신진 연구자들이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갖고 연구한다면 노벨상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