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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전 원장의 부끄러운 회고록

Posted October. 02,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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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국정원이 책임을 지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빠른 시일 내에 성사시키겠습니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2006년 11월 23일 임명장을 받은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 8주년에 맞춰 4일 시판되는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 104 남북정상선언이라는 회고록에서다.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그는 김정일 위원장은 손님을 절대로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득했다고 자랑했다. 노 대통령이 북핵을 걱정하는 판에 국정원장은 김 위원장의 선물만 눈에 아른 거렸던 모양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공동으로 쓴 이 책에서 김 전 원장은 2007년 8월 2일 비공개 방북 일화도 적었다.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호응하자 정원에 있는 벼락 맞은 모과나무를 껴안고 협상의 성공을 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혼자 웃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장이 이런 미신()을 부끄럼 없이 회고록에 적어놓으니 읽기에 민망하다.

201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언급과 관련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국정원이 2부 작성해 청와대와 국정원에 보관했는데 김 전 원장은 잘못된 기억을 바탕으로 국정원 보관본의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이번 회고록에는 자기 과시성 과장이나 잘못된 기억이 없는지 모르겠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대선 전날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기념 표지석을 전달하러 몰래 평양에 다녀온 뒤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을 2008년 1월 모 신문사에 제공했다가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현 정부보다 더욱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그런 그가 참회록을 쓰는 것이 나을 성 싶다. 무덤에 갈 때까지 입을 다무는 것이 정보맨 아닌가.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