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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성자' 교황, 미서도 워싱턴 뒷골목 찾아

'빈자의 성자' 교황, 미서도 워싱턴 뒷골목 찾아

Posted September. 15,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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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두 살 된 딸을 키우며 사는 노숙자 싱글맘 앵걸린 브라운 씨(26)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렌다. 22일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교황은 24일 오전 워싱턴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 후 곧바로 세인트 패트릭 성당으로 가서 천주교 자선단체에 소속된 가난한 도시 빈민과 이민자 수백 명을 만날 계획이다.

브라운 씨는 13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노숙자 생활을 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를 것이라며 교황을 만나면 세상의 불평등과 싸워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세인트 패트릭 성당 방문이 끝나면 히스패닉계가 주류인 워싱턴 도시 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성모 마리아의 식사 푸드트럭 봉사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푸드트럭 자원봉사자인 크리스 토머스 씨는 교황의 방문은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도움에 동참하고 싶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면을 비판해 온 교황의 워싱턴 빈민 만남은 5박 6일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은 처음으로 2013년 취임 후 15번째 해외 순방이다.

최저임금 인상, 빈곤층 교육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정책을 추진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맞을 성대한 채비를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교황을 영접한다. 23일 오전 백악관에서 공식 영접 행사를 치른 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과 회담을 갖는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양극화와 소득 재분배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교황이 의회 연설과 각종 공개 발언을 통해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지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교황은 25일 뉴욕으로 이동하여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설교를 할 예정이다.

교황은 미국 방문에 앞서 19일부터 4일 동안 쿠바를 찾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교황이 미국 방문 전 쿠바를 찾는 것 자체가 중심보다는 주변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바는 교황 방문에 앞서 3000명의 범죄자를 석방했지만 정치범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13일 열린 반정부 시위 참여자 130여 명을 구금했다. 교황이 쿠바 정권의 인권탄압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