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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고령화 때문에...늘어나는 유령 주택

Posted August. 27, 201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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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급속한 고령화로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주택(ghost home)이 800만 채에 달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유령 주택 주인들은 대부분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집을 물려받아 살다가 늙어버린 노인들이다. 거주하지 않으려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집들이 워낙 낡은 데다 일본 사회 자체가 신규 주택 매입 수요가 줄어 그냥 방치해둔 집들이다. 철거를 하고 싶어도 소득이 없다 보니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철거비를 마련하지 못해 헐지도 못한다. 실제 유령 주택의 절반인 400만 채가 매매와 거주가 불가능한 폐가라고 NYT는 전했다.

NYT는 과거 빈집 문제가 시골과 지방 소도시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도쿄 인근 요코스카() 시처럼 대도시 옆 위성도시에서조차 두드러지고 있다며 요코스카를 미국 디트로이트에 빗댔다.

1950년대 미국 4대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의 몰락과 함께 세수가 급감해 2013년 미 지자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부채 180억 달러)을 맞았다. 한때 180만 명이던 인구는 68만 명으로 줄어 2014년 기준 디트로이트 도심 건물의 30%에 달하는 7만8500채가 폐허가 됐거나 폐허 일보 직전이다.

요코스카도 한때 호황을 누리던 도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성장한 요코스카는 도쿄와 요코하마로의 통근이 쉽고 자동차공장과 해군기지가 있어 많은 이들이 선호했다. 자고 나면 땅값이 오르는 통에 산 중턱까지 집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도시의 성장이 멈추고 당시 몰려들었던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더 이상 자식들도 머물기를 싫어하자 쇠락해 갔다. 현재 요코스카 땅값은 1980년대 말보다 7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주민 하네다 요리코 씨(77)는 10년째 아무도 살지 않는 옆집 마당을 청소하고 있다. 그는 우리 동네에만 20년 넘게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수십 채라며 도둑도 늘고 치안도 악화됐다고 전했다.

요코스카 같은 일본의 외곽도시 공동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 인구 1억2700만 명의 25%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향후 50년간 인구가 지금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도 매년 80만 채의 주택이 새로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네야마 히데타카 후지쓰연구소 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20년 후 일본 전체 주택의 25%가 빈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오니시 다카시 일본학술회의 의장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겹치면 빈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도, 도로, 전기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이 유지가 안 돼 도시 전체가 유령 도시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