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합격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김 모 양의 아버지가 어제 합격증을 비롯한 모든 내용이 날조였음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특파원단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오히려 아빠인 제가 아이의 아픔을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 속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많은 학부모들이 부러워했던 천재 소녀의 성공 스토리는 치유가 필요한 소녀의 거짓말 소동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해프닝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강박감에 사로잡힌 듯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사리에 맞게 따져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부모의 욕심이 자초했다. 김 양은 국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두 대학에서 자신을 위해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어줬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번성하는 일그러진 학벌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2007년 신정아의 학력위조파문에서는 예일대 간판이 이용됐다. 이번에는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끌고 들어갔다. 학생의 성취를 뿌듯하게 생각한 대중, 이를 처음 보도한 미주 중앙일보와 이를 소개한 뒤 정정 보도를 냈던 국내 언론에도 상처를 남겼다.
명문대 간판에 집착하는 사회분위기와 부모의 과잉 기대는 학업에 대한 압박감으로 작용해 자녀를 절벽으로 몰아붙이기 쉽다. 성적이 우수할수록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더욱 커진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매달리는 사이 부모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아이의 내면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올해 미국 대학의 졸업 축사 중에서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뉴욕대 연설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여러분 앞에는 이제 거절당하는 인생의 문이라는 현실 세계가 열려있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거절당하더라도 항상 다음에!라고 되뇌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는 자세로는 냉혹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의지와 실력을 키울 수 없다. 자녀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헛된 평판에서 자유로워지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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