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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스크럼'의 셈법

Posted June. 01,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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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루탄을 터뜨리며 강제 진압에 나서면 노랫소리는 더욱 커졌다.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물가에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 동료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한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던가. 민주주의를 외치는 함성이 절실했던 시대였기에. 미국의 포크 가수 존 바에즈가 부른 No Nos Moveran이 원곡인 흔들리지 않게는 스크럼을 짜고 시위할 때 딱 맞는 노래인 듯했다. 딱히 운동권이 아니었어도 질풍노도의 1970,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들에겐 낯익은 풍경, 귀에 익은 노래다.

터널의 끝이 안 보이는 경제난 때문에 젊은이들이 축 처진 어깨를 펴기 힘들다. 어렵사리 학교를 나와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해도 독립하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한집에서 사는 젊은 부부들이 적지 않다. 소득도 없이 완전히 얹혀사는 캥거루족과는 달리 번 돈의 일부를 생활비로 내거나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면서 모두 똘똘 뭉쳐 공생하는 가족이다.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주목받았던 스크럼 가족이 이제 한국에서도 생소하지 않다.

럭비는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이지만 실제로 보면 가슴이 짜릿할 만큼 역동적이다. 남자들의 투지를 불태우고 단결력을 북돋우는 데 그만이다. 럭비에서 사소한 반칙이 일어나면 팔짱을 꼭 끼고 밀집한 양 팀 선수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한 뒤 그 가운데 들어온 공을 발로 빼앗는 스크럼 대형을 짠다. 엉뚱하게도 한국에선 몸싸움을 하는 시위 방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에게 희망 스크럼을 제안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함께 전면에 나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자는 취지이지만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내용도 모른 채 동참하기는 어렵다며 거절했다. 스크럼은 공통의 목표 아래 단결할수록 힘이 붙는다. 대선을 앞두고 각자 속셈이 다른 정치인들이 누구를 위한 정권교체냐를 따지지 않고 사심 없이 스크럼을 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