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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 자투리 시간, 한글 표현력에 매료한국 주재원 부인 나카노 씨

꽃뱀, 자투리 시간, 한글 표현력에 매료한국 주재원 부인 나카노 씨

Posted May. 18, 2015 07:12,   

日本語

한국에서 꽃뱀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뱀이 꽃밭에 있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주재원 부인으로 3년간 서울 생활을 한 50대 일본 주부가 한국에서의 경험을 재기발랄한 필치로 엮어 이상하고 신기한 것이 많은 한국()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오사카에 살고 있는 전직 중국어 교사인 주부 나카노 요코(53사진) 씨. 그는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에서 거주했고 올해 3월 이 책을 출간했다. 최근 내한한 그를 1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나카노 씨는 2004년 관광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배울수록 재미있는 어휘와 표현이 많아 한국어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로 쓰이는 절정이란 단어를 벚꽃이 활짝 필 때 사용한다든지, 남은 천 조각과 시간이란 개별 명사를 결합해 자투리 시간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서 살면서 가장 어리둥절했던 순간이 강남에서 올바른 성형외과라는 간판을 봤을 때라고 했다. 사람의 외모를 어떻게 옳고 옳지 않다는 형용사로 수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한국 여성이 외모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카노 씨는 한국 서점을 둘러보면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이 매장 내 제일 좋은 위치에 여러 권 진열돼 있지만 지금 일본 서점에 가보면 한국 관련 책들은 어느새 혐한() 서적들이 대부분이 됐다며 일본의 지한파 지식인들조차 한국 예술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일반 한국인들이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이렇게 즐기고 아낀다는 점이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과 고 장영희 교수의 수필을 좋아한다는 그는 비록 평범한 주부가 썼지만 이 책이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글을 써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긍정적인 면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