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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실세 3인방의 깜짝 쇼 대신 대화의 진정성 보여 달라

북, 실세 3인방의 깜짝 쇼 대신 대화의 진정성 보여 달라

Posted October. 06, 201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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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아시아 경기대회 폐막식 참관에 북한의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당군정(당)의 실세 3명을 한꺼번에 남한에 보내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우리 측에서도 정홍원 국무총리를 포함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등 안보와 남북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북한 대표단을 만났다. 남북 고위 인사들이 함께 만나고 10월말11월초에 2차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합의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남북 모두를 위해 바람직 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대표단의 방북으로 남북 관계의 해빙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왔으면서도 박 대통령 면담을 피했다. 류 장관이 대통령 예방을 준비할 의사가 있다고 알렸지만 북측은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거기에 전념하겠다며 거부했다. 북측이 전한 김정은의 메시지는 (박 대통령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전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사절로 온 북한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원래 일정보다 하루를 더 체류하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면담한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은에게서 박 대통령을 면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고 내려온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군복 차림의 황병서는 선글라스를 낀 북한 호위총국 경호원들에 둘러 쌓여 다녔다. 김정은의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지는 몰라도 군복 착용은 외교 의전에 거슬린다. 평화의 스포츠의 제전인 아시아 경기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다. 이번에 인천에 온 최룡해 비서는 총정치국장 시절인 지난해 5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으나 중국의 요청에 따라 인민복으로 갈아입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이후 한달 넘도록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고위 대표단 파견을 통해 통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남쪽에 과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양건 부장은 류 장관에게 (김정은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다. 노동신문은 5일 남북 접촉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이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7위)을 거둔 것이 김정은의 체육중시 정책의 결실이라며 찬양했다.

북한의 강석주 외교담당비서와 이수용 외상이 최근 외교 다변화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등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깜짝 쇼로 우리의 마음을 사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524 대북 제재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과거 도발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남북 관계는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11월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내놓을 제안과 진정성을 주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