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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꿈 무산스코트랜드 독립투표 부결

Posted September. 20, 201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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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년 만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던 스코틀랜드의 시도가 좌절됐다.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은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 대신 그레이트브리튼에 남는 실리와 안정을 택했다. 영국은 연방 분열을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자치권 확대를 약속하는 등 스코틀랜드 끌어안기에 나섰다.

19일 32개 지역의 개표가 완료된 결과 독립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5%로 찬성 45%보다 10%포인트 앞섰다. 에든버러 등 28개 지역에서 반대가 우세했고 찬성이 우세한 지역은 최대 인구 도시 글래스고를 비롯해 4곳에 불과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46%포인트 차로 앞섰으나 막상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 보니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동안 침묵해 온 반대 군단이 막판에 결집해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된 것은 영국 파운드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위기감 현지 기업의 본사 런던 이전 방침 초기 독립국 재정을 위한 증세 우려 등이 공포심리를 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투표율은 84.59%로 집계돼 1918년 영국에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종전 기록은 1950년 총선 당시 83.9%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아침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연설을 통해 이제 영국이 하나로 뭉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의 4개 지역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 많은 권력 이양을 의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밤 사이 개표가 진행되면서 스코틀랜드 전역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 영업하는 주점에 모여 TV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지역별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박수를 치고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렸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진영이 보여준 극적인 약진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미래에 큰 후폭풍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으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 투표에서도 이번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당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2년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막판에 스코틀랜드에 자치권 대폭 확대 등 너무 많은 양보를 약속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독립 찬성 운동을 주도하던 앨릭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대의 승리자로 떠올랐다. 전 세계에 스코틀랜드의 독자 브랜드를 각인시킨 데다 중앙정부로부터 더욱 큰 권력 이양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샐먼드 수반은 이날 TV 연설에서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제 스코틀랜드와 나머지 영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독립투표 부결 소식에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9일 오전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0.4% 오른 1.6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든버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