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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원자로 재가동하면서 "6자회담" 외치는 북

영변원자로 재가동하면서 "6자회담" 외치는 북

Posted September. 10, 201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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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순방에 나선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첫 방문지인 독일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다. 북한 외교 실세의 이례적인 유럽 4개국 방문이어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출발부터 실망스럽다.

강 비서는 1994년 북한 수석대표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경수로와 중유지원을 받는 대신 핵시설을 폐쇄하고 해체하는 최초의 핵 포기 합의를 수용했다. 북한이 모처럼 국제무대에서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며 내세운 강 비서의 태도가 이 수준이라면 이달 말 북한 외무상으로는 19년 만에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이수용에게도 별다른 변화를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강 비서의 유럽 순방 하루 전인 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영변의 5MW급 흑연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영변 원자로는 발전용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만들 의도가 아니라면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를 다시 돌릴 이유가 없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와 이후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핵 관련 합의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는 약속을 깨는 행태를 보였다. 한국이 대부분의 예산을 부담한 신포 경수로 사업은 2003년 중단돼 15억6200만 달러가 허공에 날아갔다. 북한은 2007년 213 합의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을 약속했지만 한국과 미국이 보낸 70만t이 넘는 중유만 받고 합의 이행을 중단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한술 더 떠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시해 핵무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주장에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북미 간에 핵군축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도가 숨겨있다.

마침 황준국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 워싱턴에서 글린 데이비스 수석대표를 비롯한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접촉한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포함한 중국 고위층을 만난다.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의 희망을 유지하려면 한미가 북한의 무조건 6자회담 재개 공세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중국도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