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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검찰총장이 아닌데

Posted May. 24, 20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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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2일 오후 총리로 지명된 직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준비해온 소감문을 읽었다.

저는 초임 검사 때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중략)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하여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안 후보자는 총리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거듭 부정부패 척결을 역설한 것이다. 발언만 들어보면 총리가 아니라 검찰의 총수 자리에 올라선 결기를 느끼기에 충분해 보였다.

안 총리 후보자의 지명 소회를 들은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듣다 보니 검찰총장 취임사인 줄 알았어. 그래도 이제 총리가 됐으니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치를 해야겠지라고 말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이 섞인 목소리였다.

안 후보자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 국가의 기본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유달리 커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준비된 메시지를 던진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답도 하지 않고 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소감문만 낭독하듯이 읽고 자리를 떠버린다면 일방적 통보나 다름없는 것 아닐까.

국민에게 안 후보자는 국민검사 이미지가 강하다. 뚝심 있게 부정부패를 도려내는 칼잡이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이제 총리 후보자가 됐다. 국민은 안 후보자에게 단지 개혁과 쇄신의 최선봉에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메워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도 바랄 것이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안 후보자가 한편으론 회초리를 들고 엄하게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눈을 마주치며 소외계층의 작은 목소리 하나 흘려듣지 않는 인자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물러나는 인사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안 후보자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