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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와중 6월 대선민주주의 패러디

시리아, 내전 와중 6월 대선민주주의 패러디

Posted April. 23, 201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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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넘어선 내전으로 15만 명이 사망하고 27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시리아의 대통령 선거 일정이 확정됐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까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일방적 조치라며 일제히 우려하고 나섰다.

무함마드 라함 시리아 국회의장은 21일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며 22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입후보자 등록을 받는다고 밝혔다. 라함 의장은 국외에 거주하는 시리아인은 다음 달 28일 각국 시리아대사관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드 대통령의 임기는 7월 17일까지다. 그는 대선 출마를 아직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출마할 수 있다며 3연임에 나설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 아사드는 30년 동안 집권한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의 뒤를 이어 2000년 대통령이 된 뒤 재선에 성공해 14년째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다.

시리아 반정부 세력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은 시리아 지역의 대부분이 3년간 정부군 공격으로 완전히 망가졌고 인구의 3분의 1이 난민 캠프 등으로 이동했다며 현재 시리아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가 없다. 아사드 지지자들만 투표할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아사드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의회가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출마 요건에 국내에 10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조항 때문에 터키에 본부를 둔 SNC 주요 인사들은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국제사회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이 3년간의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상을 망칠 수 있다며 선거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22일 경고했다. 이어 이 같은 선거는 과도정부 수립에 찬성한 제네바 합의와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대선에 대해 민주주의를 패러디한 것으로 시리아 안팎에서 신뢰성이나 정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시먼즈 영국 외교부 부장관은 아사드 대통령의 선거 계획은 독재를 이어가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내전 중의 대선은 가치나 신뢰가 없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시리아 및 유엔과 접촉해 시리아 사태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미하일 보그다노프 외교차관도 리야드 핫다드 주러 시리아대사를 만나 시리아의 정치적 안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