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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전염되는데초등생 29% 부모님 불행해보여요

불행은 전염되는데초등생 29% 부모님 불행해보여요

Posted April. 08, 20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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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육사가 되는 게 꿈인 초등학교 6학년 신모 양(13)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의 표정이 늘 어두워서다. 공부방에 있을 때 밖에서 부모님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릴 때면 불안하다. 무서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부모님의 대화에선 월급이 적다 그럼 당신이 벌어라는 얘기가 들렸다. 신 양은 자신 때문에 부모가 자주 싸우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런 신 양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행복도(100점 만점)로 치면 50점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친구관계와 성적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더 힘든 건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거였다. 같은 반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신 양에 관해 험담을 퍼뜨려 왕따를 시키려 했다. 괴로웠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차마 말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신 양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행복이란 외롭거나 힘들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나에겐 왜 그렇게 먼 세상 이야기 같은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의 잦은 다툼, 왕따, 자살 충동까지. 신 양 같은 요즘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은 이런 고민 속에 살고 있었다. 이는 동아일보 취재팀이 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4, 5, 6학년 194명을 대상으로 행복과 불행에 대한 심층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설문은 서울의 평균 소득 수준의 초등학교에서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94명 중 52명(29%)은 부모님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들은 돈, 스트레스,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부모님이 불행하다고 답했다.

현재 스스로 행복한 정도를 매우 행복하다(100점)에서 매우 불행하다(0점)까지 체크해달라고 한 결과 평균 82.36점으로 행복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응답자 가운데 10명(5.15%)은 자신의 행복점수가 30점 이하라고 답했다. 42명(22%)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쓸쓸한 현주소였다.

이은택 nabi@donga.com여인선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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