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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현장 통제, 꼭 고함 질러야 하나

Posted April. 03, 201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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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비키세요! 돌아가세요! 영화 촬영에 지장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마포대교에서 시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이 재개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DMC 월드컵북로가 전면 통제됐다. 마포대교와 달리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중고교, 회사들이 밀집한 곳이어서 새벽부터 현장은 부산했다.

오전 6시 교통이 통제되고 주황색 조끼를 입은 진행요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덩달아 출근과 등교를 해야 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배웅하러 나온 정모 씨(60여)는 원래 타던 버스정류장이 폐쇄돼 다른 곳으로 왔다며 6시부터 교통을 통제해 출근이나 등교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중요한 물건을 배송하는 퀵서비스 기사까지 통제돼 근처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 씨(29여)는 회사 밖으로 10여 분이나 걸어가서 물건을 받아야 했다.

평소와 비교하면 작지 않은 불편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불편한 건 맞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온라인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것과 달리 현장의 시민의식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거슬린 모습은 현장 진행요원들의 예민하다 못해 고압적인 태도였다. 시민이 휴대전화라도 꺼내 들면 여기저기서 찍지 마세요!라는 고성이 들려왔다. 통제 구간인지 모르고 길을 건너는 시민에게는 친절한 안내 대신 건너시면 안 돼요!란 호통소리가 날아왔다.

김모 씨(44)는 마포대교 촬영 때 먼발치에서나마 기념 삼아 휴대전화로 촬영하다가 스태프가 찍지 말라며 밀치는 바람에 마치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며 씁쓸해했다. 김 씨는 어찌 됐든 이번 촬영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진행요원들이 이런 점을 현장 통제 때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촬영 중인 어벤져스2의 조스 웨던 감독과 호크아이 역할을 맡은 제러미 레너는 영상 메시지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서울에서 촬영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촬영은 4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불편을 감수한 시민들에게 제작진의 감사 표시에 걸맞은 최소한의 예우는 필요하지 않을까.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