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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대가족"15남매, 동생 한명씩 책임져"

세계 최대 대가족"15남매, 동생 한명씩 책임져"

Posted March. 07, 20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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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하비에르, 몬세, 페드로, 쿠키, 마기, 테레, 로시타, 가브리엘, 안나, 알바로, 페페와 페파, 파블로, 토마스, 롤리타, 라파엘.

지난달 28일 만난 스페인 청년 후암피 포스티고(한국명 서지환20) 씨는 손가락을 연신 꼽으며 이름들을 읊조렸다. 그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튀어나온 것은 그의 형제자매들의 이름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18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났다. 그의 자리는 페드로와 쿠키 사이다. 하비에르와 몬세는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큰누나 카르멘은 2012년 심장병 수술 뒤 하늘나라로 갔다. 하지만 후암피 씨는 가족에서 이들의 이름을 빼지 않았다. 생존해 있는 형제자매 기준으로는 페드로에 이어 둘째다.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우리는 하비에르와 몬세를 위해 언제나 기도해왔다. 카르멘의 죽음이 큰 슬픔이었지만 어린 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두 힘을 내고 있다.

2012년 가톨릭 단체 오푸스데이(Opus Dei라틴어로 신의 사역이란 뜻) 후원으로 한국에 온 그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올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아버지 호세 마리아 씨(54)와 로사 씨(49)는 아이는 신의 축복이라고 여겨 대가족을 이뤘다. 1990년생인 카르멘부터 10번째 가브리엘까지 연년생이고, 이후 형제들은 13년 차의 터울이 있다.

아버지의 형제자매 역시 14명, 어머니 쪽은 16명으로 후암피 씨의 친가와 외가 모두 대가족이다. 스페인 언론과 영국 채널4는 포스티고 일가를 세계 최대의 대가족(The biggest family in the world)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놀라움과 궁금증 때문에 미안하지만 모두 엄마, 아빠가 같냐고 물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요. 막내 라파엘(4)이 자기만 동생이 없다고 투정을 부려 고민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육류 컨설턴트인 아버지와 이벤트 전문가인 어머니는 대가족을 꾸리면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평일 저녁에는 가족과 식사하고 TV 시청하지 않기, 나이가 많은 형제가 동생의 공부와 일상생활을 책임지기, 가사 일은 철저하게 나누기.

가족이 많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춘기에 친구와 사귀는 것이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유쾌한 스페인 청년은 우리는 비싼 음식을 먹지 않았고, 닌텐도 같은 게임기는 없었지만 집에 오면 항상 즐거웠다면서 많은 형제자매가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후암피 씨도 가능한 한 많은 자녀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계속되는 임신과 출산 때문에 때로 힘들어했지만 항상 내가 대가족 사이에서 자라면서 얻은 행복했던 기억을 너희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나도 동생을 돌보면서 미리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은 것 같다.

그의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는 부모의 결혼기념일 숫자다. 7월 15일 결혼 25주년을 맞는 부모에게 짧은 편지를 미리 썼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님을 미쳤다고 하거나 우리를 희한한 가족으로 여기지만, 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5년간 헌신적인 사랑과 미소, 특히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을 물려줬습니다. 형제라는 큰 선물을 주고, 제가 선택한 인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