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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감격에 울고 이별 생각에 또 울었다

Posted February. 21, 201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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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을 거요.

감기 증세로 쓰러져 링거를 매단 이동식 침대에 누운 김섬경 씨(91)는 단호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와 의료진에게 북한의 딸 진천 씨와 춘순 씨를 반드시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20일 구급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의 아들 딸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병원에서 척추 골절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에 의지해 19일 이산가족이 머무는 속초 숙소로 온 홍신자 씨(84) 씨도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에 도착해 여동생 영옥 씨와 조카 한광룡 씨를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열린 4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구급차를 타고 가 가족을 만난 김 씨와 홍 씨 말고도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에 나온 고령의 이산가족이 유독 많았다. 이번 아니면 다시 못 만난다는 절박감이 힘없는 몸을 이끌었다. 상봉행사에 나온 한국 측 신청자 82명 중 90세 이상이 25명, 80세 이상이 42명이었다. 이 때문에 신청자를 부축해 상봉행사에 나온 동반가족도 58명이나 됐다. 예년의 20여 명 수준보다 3배가 늘었다.

이산가족들은 오후 3시 10분경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한 뒤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잃어버린 60년 세월에 함께 통곡했다. 고령의 상봉자들은 만나자마자 헤어짐을 걱정해야 하는 일회성 짧은 상봉에 가슴 아파했다.

이날 1972년 12월 납북된 오대양61호 선원 박양수 씨(55)가 동생 양곤 씨(52)를, 1974년 2월 납북된 수원33호 선원 최영철 씨(61)이 형 선득 씨(71)를 40여 년 만에 재회했다. 정부가 625전쟁 납북자가족으로 인정한 최남순 씨(64) 등 3명은 북한의 이복동생들을 만났다.

22일까지 한국 측 신청자가 북한의 가족 127명을 만나는 1차 상봉행사가 열린 뒤 2325일 북한의 신청자 88명이 한국의 가족 361명을 만나는 2차 행사가 이어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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