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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고 섹시한 디즈니 공주, 성인관객 사로잡았다

당차고 섹시한 디즈니 공주, 성인관객 사로잡았다

Posted February. 04, 201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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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개봉 18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개봉한 겨울왕국은 2일까지 600만4181명을 모아 쿵푸팬더2(506만2000명2011년)가 보유한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깼다. 그뿐만 아니라 레미제라블(591만1000명2012년)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596만 명2003년) 등을 제치고 역대 외화 흥행 순위 9위에 올랐다. 지금의 흥행 속도라면 외화 흥행 순위 5위권에도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OST는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옮겨 담은 책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겨울왕국 신드롬은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어른 관객이 몰려들어 가능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겨울왕국에 열광하는 성인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어린이 관객과 청소년 이상 관객 비율을 추정하는 기준이 되는 더빙판과 자막판 스크린 비율도 자막판(56%)이 더빙판(44%)을 앞질렀다(2일 기준).

겨울왕국처럼 디즈니 공주영화로 분류되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년)이나 라푼젤(2011년)의 자막판 점유율은 각각 9%와 38%였다. 정고은 디즈니코리아 마케팅 담당 대리는 어린이와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더빙 비율이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겨울왕국은 성인 관객의 호응도가 높다 보니 극장 측이 자막판의 상영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왕국에 성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유치하지 않은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꼽는다.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했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해석의 여지가 넓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최근 애니메이션들의 고전을 해석하는 방식이 패러디에 그친 반면, 겨울왕국은 전통 동화가 가진 힘을 기반으로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해 뉴 클래식을 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심, 가부장적 시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받았던 디즈니는 지속적으로 변신해 왔다.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안나와 엘사는 선배 디즈니 공주들과 달리 왕자 캐릭터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나 낮은 코는 비서구 시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미국 중심이었으나 갈수록 여러 문화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겨울왕국의 캐릭터 역시 다국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디즈니가 2006년 픽사와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겨울왕국의 공동제작자 존 래시터는 픽사 출신으로 토이스토리를 만들었으며 현재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팀을 총괄하고 있다. 한 교수는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픽사 특유의 발랄한 스토리텔링이나 속도감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