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결혼을 앞둔 김지은 씨(29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전셋집 문제로 예비 신랑과 실랑이 중이다. 전세난이 심각하니 올봄부터 신혼집을 알아봐 바로 계약하자는 김 씨와 결혼식까지 4, 5개월 동안 빈집으로 두는 게 아깝고, 가을쯤 전세금이 안정될지 모르니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신랑이 서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친정인 분당 근처에서 집을 구하고 싶은데 이 지역은 지난해 전세금이 크게 뛴 곳이라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과연 누구의 의견이 맞을까. 상당 기간 집을 비워 두는 손해를 떠안는다면 전세금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김 씨의 손을 들어줄 만하다.
가을 전세금, 봄보다 뛰어
본보가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의뢰해 최근 10년간(20042013년) 전국 아파트 전세금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이사 성수기인 봄, 가을 가운데선 봄에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가을에 구하는 것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바탕으로 한 분석 결과 봄 이사철인 4, 5월의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0.95% 오른 반면 가을 이사철인 9, 10월에는 봄보다 1.5배 높은 1.42%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각각 전월 대비 증감률을 집계해 10년 치 평균을 낸 것이다.
특히 서울에선 가을 이사철 전세금 상승폭이 봄보다 훨씬 컸다. 4, 5월의 전세금 상승률은 0.62%였고 9, 10월은 이보다 3배가량 높은 1.83%였다. 전세금이 3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가을에 집을 구하는 것이 봄에 구하는 것보다 363만 원 비싼 셈이다.
전세금이 크게 뛰었던 지난해는 특히 인기 단지에서 봄과 가을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m)의 4, 5월 전세금은 연초와 비슷한 5억2000만 원이었으나 9월엔 6억1500만 원, 10월엔 6억3500만 원으로 껑충 오른 뒤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월별로는 이사 비수기인 12월이 전국적으로 전세금 변동률(0.08%)이 가장 낮은 달로 꼽혔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기회비용을 따져 보면 주거 선호 지역에선 원하는 입주 타이밍보다 몇 달 앞서 집을 구하는 것이 낭비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 탓에 혼전 동거?
가을 이사철 전세금이 봄보다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결혼 수요 때문이다. 전세 수요자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봄보다 가을에 결혼식을 많이 올린다. 통계청이 집계한 20002012년 매월 혼인 건수는 10월이 3만8340건으로 가장 많았고, 11월이 3만784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신부가 늘어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하려는 심리가 맞물리면서 가을 결혼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학군 수요 역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M부동산 관계자는 새 학년을 앞두고 대개 가을부터 미리 집을 알아보기 때문에 봄보다 가을에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금은 72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계절별 전세금 상승폭 차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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