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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지도부는 조계사 말고 경찰서로 가라

철도파업 지도부는 조계사 말고 경찰서로 가라

Posted December. 26, 20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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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KTX 수서발 노선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불법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일부 노조원들과 함께 서울 조계사에 들어가 파업을 지휘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허락을 받고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조계사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 등 문제해결에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 사건의 수배자들이 명동성당이나 조계사를 피난처로 삼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명동 성당으로 정부의 공권력이 진입하는 것을 종교적 권위로써 막아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화의 길을 걸으면서 명동성당도 바뀌었다. 명동성당은 2000년 한국통신 노조원의 농성으로 신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노조 측에 퇴거를 요구하고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펴고 방어할 수 있게 됐음에도 종교시설을 집단 이기주의나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는 도구로 삼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더욱이 불법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법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종교시설이 언제까지나 소도(삼한시대 죄인이 도피해도 잡지 않았던 신성지역) 역할을 하는 성소()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철도노조 수배자들이 가야 할 곳은 조계사가 아니라 경찰서다. 박 부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 극락전에 일부 불교 신도들이 찾아가 퇴거를 요구했다. 불법파업의 지휘를 위해 사찰을 이용하지 말라는 다수 불교신도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 사옥이나 조계사를 이용하는 것은 경찰의 검거 작전을 주저하게 만들려는 전략일 것이다. 경찰이 박 부위원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불교계와 마찰이라도 일어난다면 철도파업의 원군()이 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떳떳치 못한 계략이다.

민주당은 어제 경찰의 조계사 진압작전을 우려하며 정부 여당의 양보와 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집권했던 시절에 철도민영화를 추진했다. 지금은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는 안한다고 하는데도 민영화 음모라 우기며 불법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를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다.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철도파업에서 반사이득을 보려는 것은 집권경험이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