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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꽉 찬 11월 배추가 가장 맛있어

Posted November. 29, 20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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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어머니의 손이 바빠진다. 매운 고춧가루와 달짝지근한 배추, 짭조름한 젓갈, 시원한 무, 맵지만 향긋한 마늘과 생강, 파를 이용해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김장을 담그기 때문. 아삭하면서 적절하게 매콤하고 새콤하며,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김장 김치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왜 겨울에 김장을 할까

김장김치를 씹으면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왜 김장은 항상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담글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1년 중 배추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60120일밖에 걸리지 않아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확 시기와 위치에 따라 김장 배추, 여름 배추, 봄 배추, 월동 배추 등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가장 맛있는 배추는 11월에 수확하는 김장 배추다.

중국 북부가 원산지인 만큼 배추는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생산 기온 상한선이 섭씨 22도밖에 안 돼, 이보다 기온이 오르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짓무르기 일쑤다. 반면 추위에 강해 영하 2도까지도 버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름철에는 강원도의 해발 700m 고랭지 같은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배추를 재배한다.

고랭지 배추와 김장 배추를 비교해도 한 포기의 무게가 각각 3kg, 5kg으로 격차가 난다. 잎도 김장 배추가 고랭지 배추보다 평균 3배나 많다. 김장은 가장 맛있는 배추를 1년 동안 먹기 위한 삶의 지혜가 반영된 것이다.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산업기술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많은 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여름철 고랭지 배추는 같은 시기에 생산되는 다른 배추보다 품질이 좋을 뿐이라며 적합한 자연 환경에서 자라는 가을 김장 배추가 배추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맛있는 김치 오래 먹으려면 땅속으로

아무리 좋은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도 빨리 상하거나 시어지면 소용이 없다. 김치의 맛은 온도와 유산균에 좌우되는 만큼 이들 요소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대부분의 미생물이 죽고 소금을 좋아하는 미생물인 유산균만 살아남는다. 유산균이 늘어나는 양에 따라 초기, 적숙기, 과숙기, 산폐기 김치로 나눈다. 김치는 pH 4.5, 젖산 농도 0.60.7%인 적숙기 때가 가장 맛있다. 이처럼 김치의 산도가 변하는 이유는 유산균이 활동하며 내놓는 젖산 때문이다.

갓 담근 초기 김치는 pH가 6.5 정도로 중성이거나 약산성을 띠고, 젖산 농도도 0.5%가 안 된다. 초기가 지나면 웨이셀라 균과 루코노스톡 균 같은 이형발효유산균이 활발히 활동한다. 이들은 젖산뿐만 아니라 탄산도 만드는데, 잘 익은 김치를 먹으면 청량음료 같이 톡 쏘는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운 세계김치연구소 미래기술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적숙기일 때 유산균 수가 가장 많은데, 이 시기에는 줄기 같은 고형부분 1g에 1억 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있는데, 이 숫자는 고농축 요거트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 말했다.

과숙기와 산폐기에 이르면 탄산을 만드는 웨이셀라 균과 류코노스톡 균의 활동이 줄고, 젖산만 만드는 동형발효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균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젖산이 많아지면서 맛은 시어지고, 오래 묵은 젓갈 같은 냄새가 난다. pH는 4에 가까워지며, 젖산 농도도 2.5%가 넘어 간다.

유산균이 빠르게 번식해 김치가 금세 시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온도를 낮춰야 한다. 냉장고가 없었던 과거 김장독을 땅속에 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땅속은 겨우내 01도를 유지해 김치가 얼지 않으면서도 발효 속도를 늦춰 주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 달 27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리는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10월 23일 등재 권고를 받은 김장 문화가 24개국 투표를 통해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인류무형유산이 될 김치와 김장 문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12월호에서 볼 수 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