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스캔들의 제왕 베를루스코니 의회서 OUT

Posted November. 29, 2013 08:07,   

日本語

미성년자 섹스 스캔들, 세금 포탈, 횡령, 위증, 뇌물, 분식회계,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공무원 매수, 마피아 연루 의혹.

온갖 부정부패와 성추문 속에서도 그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 20년간 총리를 3번 하면서 이탈리아 정계를 좌지우지해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 그가 27일 자신을 면책특권으로 보호해주던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치생명에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피에트로 그라소 상원의장은 이날 상원 전체회의 투표 결과 베를루스코니의 의원직 박탈 안건이 통과돼 그의 당선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베를루스코니는 향후 6년 동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고, 면책특권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형사재판과 관련해 체포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사실상 정계퇴출 선고를 받은 것이다.

1960년대 후반 건설업으로 돈을 번 뒤 방송사업에 뛰어든 베를루스코니는 현재 이탈리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미디어셋을 소유하고 있으며 축구팀 AC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2013년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62억 달러(약 6조5770억 원)로 세계에서 194번째 부자다.

1994년 베를루스코니는 포르차(전진) 이탈리아당을 창당한 지 3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우파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해 첫 번째 총리를 맡았다. 1996년에 다시 총리직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1998년에는 전직 총리 신분으로는 최초로 마피아 지원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2001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해 두 번째 총리가 됐으나, 이번에는 자신이 구단주인 AC밀란이 연루된 승부조작 스캔들이 화근이 됐다. 이 여파로 2006년 총선에서 패배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도 재정위기, 미성년자 성매수, 탈세 등 추문에 떠밀려 세 번째 총리직을 내려놨다. 그럼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그는 1년 만에 정계에 복귀했다. 올해 2월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이 91석을 획득함으로써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이끄는 좌우연정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을까. 베를루스코니는 올해 8월 이탈리아 대법원으로부터 세금횡령 혐의로 실형 4년 선고 확정 판결을 받았다. 스캔들의 제왕이었던 그가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결국 유죄가 확정된 의원의 의정활동을 금지한 세베리노법에 따라 이날 그의 상원의원직이 박탈됐다. 자신이 이끌던 자유국민당도 분열돼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 상원의원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베를루스코니가 지배했던) 지난 20년은 종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원의원직 박탈에도 베를루스코니는 의회 밖에서 배후 권력자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를 앞세워 총선을 치르면 중도우파 연합이 승리할 것이라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는 이날 로마 시내에서 가진 집회에서 좌파들이 20년간 오늘을 기다려 왔다며 오늘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비통한 날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야당인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당수 등 원외 지도자를 거론하며 포르차 이탈리아당을 이끌며 계속 정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파리=전승훈 특파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