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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행복하다는 어머니 말 철석같이 믿고 기뻐했는데 (일)

한국서 행복하다는 어머니 말 철석같이 믿고 기뻐했는데 (일)

Posted July. 09, 20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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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장맛비 속에서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살인사건 현장을 찾은 중국동포 김모 씨(34) 얘기다. 김 씨는 2일 반지하방에서 새 남편 홍모 씨(67)의 칼에 찔려 숨진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57중국동포)의 아들이다. 숨진 이 씨는 2005년 한국인인 홍 씨와의 결혼을 위해 한국에 왔으나 홍 씨의 반대로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남편의 폭력을 감내하다 결국 살해됐다.

비보를 듣고 5일 한국에 온 아들 김 씨는 혼이 반쯤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이 씨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그는 한 달 전 1년 반 만에 집(중국 지린 성)에 다니러 온 어머니에게 한국 생활을 물었더니 행복하다고만 했다. 그 말을 바보처럼 믿었다며 말을 흐렸다.

김 씨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양 괴로워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싸움이 커진 이유도 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중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아들을 위해 한국에서 번 돈 일부를 생활비로 보냈으며 아들을 데려오고 싶어 했다. 홍 씨는 이런 이 씨를 못마땅해하며 폭력을 휘둘러 왔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불안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건너편에서 다 죽이겠다는 새 남편의 소리가 들렸다며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 몰랐다고 했다.

유품을 정리하는 김 씨의 눈에 평소 남편에게 맞고 지낸 어머니의 흔적이 들어왔다. 어머니의 남루한 옷가지들은 찢어져 있고, 외출 때 쓰는 가방도 칼로 잘려 있었다. 어머니와 이모 2명이 찍은 사진 위에는 칼자국이 선명했다. 모자가 찍은 사진에는 자신의 모습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일했던 식당도 찾았다. 식당 주인은 김 씨의 두 손을 꼭 잡고 엄마랑 많이 닮았다며 신장이 안 좋아 소변에 피가 나도 엄마는 아들 생각을 하며 일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살라고 당부했다. 어머니가 고생했던 얘기를 들은 아들은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가 중국 국적이라서 살인한 새 남편이 죄를 가볍게 받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