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어제 개장과 함께 급락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럽 미국 중국이 흔들리면서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공식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3.5% 아래로 수정했다. 성장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경우 국가부채가 늘고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권은 19대 국회에 구조적 개혁이나 재정적자 축소와는 거꾸로 가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차별 개선과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차단에 중점을 두었고, 통합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예산투입형 복지확대를 강조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어제 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정책경쟁으로 새누리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며 새누리당이 쫓아올 수 없는 과감한 안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헌법 119조 2항을 근거로 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한국선진화포럼에서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시장제도와 시장규칙을 민주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시장의 민주적 통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만능규범처럼 인식해 정부실패를 부르고 경제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선거공약대로 재벌 해체를 단행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다. 각 당이 약속 이행 차원에서 입법을 서두르는 총선공약은 물론 대선공약까지 다시 점검하고 수정해야할 이유다.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은 소비자주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라고 지적했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우리사회는 독재를 겪은 탓에 민주화라는 단어만 붙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국가운영의 원리로 삼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시장경제원리로 성장을 추구하되 소득격차와 사회적 약자 문제는 사회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경제적 자유 아닌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다 이 지경이 됐다. 우리가 잘못된 길인 줄 뻔히 알면서 그 길로 갈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