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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이 면죄부로 악용 (일)

Posted October. 27, 2011 04:10,   

삼성, 교보, 대한 등 담합을 주도한 빅3 보험사들이 자진신고로 잇달아 과징금을 감면받으면서 자진신고감면(리니언시Leniency) 제도가 담합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대기업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먹튀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빅3 보험사들은 개인보험 이율을 담합해 부과받은 과징금 중 2500억 원가량을 면제받은 데 이어 이번에도 변액보험 담합을 자진신고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안 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면 혜택을 제한하는 등 리니언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액면제후 신고수 늘어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행위를 자진해서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국내에는 1997년에 도입됐다. 처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감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면서 이 제도의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지만 2005년부터 1순위 신고자에 대해선 과징금 전액을, 2순위는 50%, 3순위는 30%의 과징금을 각각 감액해 주기로 규정을 바꾸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자진신고를 통해 적발된 담합은 5건에 불과했지만 200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자진신고로 적발된 담합은 102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과징금 감면 혜택이 담합을 주도한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올 8월까지 대기업들은 공정위 담합조사 개시 직후 자진신고를 통해 3891억 원의 과징금을 감면받았다. 같은 기간 자진신고를 통한 전체 과징금 감면액 6727억 원의 60%에 이른다.

제도 효과 좋지만 보완 필요

자진신고를 통한 과징금 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보복 위험을 무릅쓰고 대기업 주도의 담합을 자진신고하기 어려운 이유가 크다. 또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대기업이 공정위의 조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미리 자진신고에 나서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 적발을 위해서는 리니언시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다며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을 전액 감면해준 뒤 담합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에 비춰보면 현행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적발과 예방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과징금 감면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모두 40개국. 이 가운데 미국과 독일, 캐나다, 호주는 단독으로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 대해서는 1순위로 자진신고를 해도 과징금을 면제해주지 않고 있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합 적발을 위해 리니언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담합을 주도한 기업까지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국처럼 과징금 면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