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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조위원장의 반성문

Posted February. 27, 20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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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엔진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권용목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이 지난해 2월13일 별세했다. 그가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라는 책을 탈고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훗날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노조 간부 등이 공금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했다가 원금까지 날린 일, 전현직 노조간부가 취업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아 해외여행이나 부동산투자에 쓴 일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권 씨는 노조의 총파업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결정됐는지도 폭로했다. 죽음을 앞둔 전직 노조위원장의 치열한 반성문이었다.

쌍용자동차가 경영난으로 지난해 2월초 법정관리 대상이 된 뒤 이 회사 노조는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전체 직원의 37%인 2646명을 줄이겠다는 회사 측 경영합리화안도 미흡하다는 평을 받던 터에 노조의 해고 불가 주장은 비현실적이었다. 노사가 힘을 합쳐 구조조정을 해도 살아나기 힘든 처지에서 강성 노조의 불법 파업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개입은 회사를 더 구제불능으로 만들었다. 자멸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쌍용차 노조는 세계 1위 자동차회사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을 보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장기 파업의 상처는 컸다. 77일간의 파업으로 3000억 원 이상 생산 차질을 빚었다. 더 심각한 것은 회사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의 추락이었다. 애꿎게도 쌍용차 협력업체 직원들이 감원을 당해야 했고 공장 소재지 평택의 경제가 휘청거렸다. 쌍용차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일 즈음 미국 GM 노조는 구조조정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해 경영정상화에 일조했다. 그 덕에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킬 수 있었다.

파업 당시 쌍용차 노조 부위원장이었던 김규한 현 노조위원장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작년 불법 파업에 대해 외부 세력의 조직적인 개입에 의해 장기 불법 파업을 벌여 대한민국 발전에 역행하고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반성했다. 노조위원장의 직함을 걸고 노사 상생의 모범기업으로 변하게 하겠다고 다짐도 했다. 그러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도 파업 중인 노조들의 지도부는 쌍용차 노조위원장의 반성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뒤늦은 반성문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