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최근 삼성그룹이 세종시 입주를 발표할 당시 밝힌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은 반도체 휴대전화 TV 액정표시장치(LCD)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한정됐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포스트 IT 시대를 대비해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그룹은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관련 특허기술인 SPi(Super Plasma ion) 장치를 도요타의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 간 협력이 결정되면 삼성전자가 신사업 분야에서 낸 첫 가시적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SPi 관련 기술은 조만간 홍콩의 대형 쇼핑센터에도 시범 적용될 예정이다.
주목받는 헬스케어 시장
SPi 기술은 공기 안의 수분을 분해해 활성수소와 산소이온을 대량으로 발생시켜 공기 속 바이러스 등 유해물질을 없애는 삼성전자의 독자적 기술이다. 공기청정 분야 경쟁업체들의 유사 기술에 비해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 배출을 없애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확산에 따라 바이러스 제거를 돕는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경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공기청정기와 제균기 등이 나왔고 최근에는 자동차, 건설, 항공 분야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자동차는 삼성전자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SPi 기술 도입이 해외시장 판매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본 국내용에 앞서 해외 판매용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이미 르노삼성자동차 SM7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도요타 외에도 벤츠 BMW 등 유럽 메이커와도 SPi 장치 적용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센터와 항공기에도 진출
최근 SPi 기술은 홍콩의 건설업체인 JEC(자딘 엔지니어링 코퍼레이션)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JEC는 홍콩 파이어니어센터에 삼성 기술을 시범 적용한 뒤 결과를 봐가며 신축 건물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홍콩은 높은 인구밀도와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바이러스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바이러스 확산 통로가 될 수 있는 항공업계에도 SPi 관련 제품이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전일본항공(ANA) 기내에서 SPi 기술을 적용한 휴대용 정화장치를 판매키로 했다.
세계 학계에서 관련 기술을 알리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싱가포르에서 SPi 포럼을 열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해
삼성전자는 일찍이 신사업추진단을 마련해 주력 사업 외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세종시 투자 발표 때 밝힌 신사업으로는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헬스케어는 생명공학기술(BT)과 IT의 융복합을 통해 첨단 의료기기를 만드는 사업이 중심이다. SPi 관련 기술도 넓은 의미의 헬스케어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것.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은아 achim@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