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만난 직장인 김상진(가명50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씨는 일주일 전 심장판막을 복원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길이었다.
김 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3월 초 서울 관악산에 올랐을 때. 평소에는 대여섯 시간 동안 산을 타도 멀쩡했는데 이날은 초반부터 숨이 찼고, 한 시간쯤 지나자 숨이 턱턱 막혀 산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김 씨는 동네 병원을 찾아 X선 촬영을 했다. 이 병원 의사는 심장이 부었으니 대학병원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심장판막증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권유했다. 정확한 병명은 승모판막 폐쇄부전. 심장의 펌프질에 따라 닫혔다 열렸다 해야 하는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병이다.
계단이나 산을 오를 때 말고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김 씨는 생활에 불편함이 별로 없는데 수술을 받아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박표원 심장혈관센터장은 김 씨에게 심장을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다.
여기 심장이 보이죠? 가운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왼쪽이 오른쪽보다 1.5배는 되죠? 심장이 부은 겁니다.
그는 심장의 기능과 판막의 역할에 대해 더 설명했다.
온몸을 돌아 산소를 다 쓰고 난 정맥피는 심장 왼쪽으로 들어와 폐로 가서 새로운 산소를 공급받아 동맥피가 된 뒤 심장 왼쪽으로 들어와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왼쪽 심방과 심실 사이에 승모판이라는 판막이 있어 피가 늘 심방에서 심실로만 흐르도록 조절합니다. 이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심실에서 심방으로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고 이 때문에 심장이 붓게 됩니다.
그런데 왜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죠?(김 씨)
그게 문제예요. 심장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정도가 약하게는 1에서 심하게는 10까지라고 볼 때 환자분은 벌써 8, 9 상태예요. 그런데도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병을 키웁니다.(박 센터장)
김 씨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했다.
박 센터장은 이를 방치한 환자 가운데 12%는 돌연사를 하거나, 부정맥이 생겨 혈전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면 중풍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증상이다. 맥박이 불규칙하면 혈액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아 혈구가 터지고 그 찌꺼기(혈전)가 혈관을 돌아다녀 혈액 흐름이 더욱 방해받게 된다.
그는 김 씨에게 쇠로 된 막이 달려있는 열쇠고리 모양의 물체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거 보이시죠? 인공판막입니다. 부정맥이 만성화되거나 판막이 딱딱해지면 이 인공판막을 넣어야 합니다. 몸에 쇠가 들어가면 평생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먹어야 합니다.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수술을 하면 판막의 일부를 떼어내 천으로 이어주는 성형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수술 후 초기 3개월만 항응고제를 먹으면 평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 씨는 수술 날짜를 4월 28일로 잡았다. 하지만 회사 출장 때문에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수술 날짜를 이달로 미뤘다. 설마 3개월 정도 미룬다고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겠지라는 게 김 씨의 생각이었다.
김 씨는 입원일 수술 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운동부하검사를 받았다.
박 센터장은 부정맥이 생겼고 3월 검사했을 때보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정도가 심해졌으며 오른쪽 심장마저 부었다고 진단했다.
김 씨는 다행히 부정맥이 일상화되기 전이어서 늘어진 판막의 일부만 떼어내는 성형수술을 했다.
하임숙 arteme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