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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첨의 힘

Posted December. 03, 200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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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최고경영자(CEO), 장군 같은 지도자는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가장 옳고, 내가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세상은 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나르시시즘 심리를 공통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바깥의 도전으로부터 조직을 방어하고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다.

정상의 지도자들이 제대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허전함을 느낄 때 기민하게 몇 마디 말로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부하가 있다면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그것은 순수한 칭찬일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아첨이 된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교수 시절에 낸 저서 한국은 시민혁명중에서 공정한 논평가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많지 않아 논평가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청와대에 가서는 홍보수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조 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이 못 따라 간다는 요지로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임대아파트 부도로 집을 날릴 위기에서 대통령 특별지시로 집을 구하게 된 청주의 할머니를 만난 뒤 청와대 브리핑에 관련기사를 올렸다. 아이디어는 괜찮았지만 서민을 향한 대통령의 애정은 멈출 줄 모른다는 대목은 삶이 더 고달파진 서민에게 흔쾌히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조 수석이 좀 유난스러워 일부 여당 사람들조차 저 사람이 대통령과 당의 인기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며 뒤에서 손가락질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조 수석과 닮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서고금의 권력자치고 아첨을 싫어한 사람은 없다. 아첨은 힘이 있다. 진실이든 아니든, 권력자에게 잘 먹힌다. 아첨형 인간을 묘사하는 영어 단어에 kiss-up, kick-down이라는 게 있다. 위로는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을 채워 주는 키스를 연방 하면서 아래로는 적들을 발길질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