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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첩 애국자

Posted December. 02, 20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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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보급투쟁에 나갔던 대원들이 10명가량의 반동분자를 끌고 왔다. 그 가운데는 노인과 여자도 끼여 있었다. 여느 때처럼 인민재판이 열리고 죽이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몽둥이로 처단하자는 결론이 났다. 총으로 잡으면 총알이 아깝고 죽창이나 칼로 작살을 내자면 피비린내가 지겹다는 것이었다. 좁다란 논 언덕에서 반동분자들에 대한 살육이 처참하게 감행됐다.(실록 정순덕 중에서)

실록 정순덕은 1950년 9월 지리산에 들어가 13년간 남한 공산화()를 위한 무장투쟁을 하다 체포된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씨의 증언을 엮은 책이다. 지난해 4월 사망한 정 씨의 장례는 애국통일열사 정순덕 선생 민족통일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치러졌다. 행사에는 빨치산, 남파 간첩 출신의 비전향 장기수()로 가석방된 공산주의자들과 국내 재야단체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반세기 전 선량한 우리 국민을 반동분자로 몰아 학살한 빨치산 여()전사는 이렇게 애국통일열사로 거듭났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보광사()는 올해 5월 29일 정 씨를 비롯해 비전향 장기수 3명, 남파 간첩 출신 2명 등 6명의 묘를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묘역으로 꾸며 준공식을 열었다. 한 친북() 재야단체 회원은 준공식에서 보광사는 미() 제국주의 점령지인데 동지들을 이곳에 모셔 송구하다. 반드시 진정한 조국 땅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 김정일 체제는 2300만 주민의 생존권과 기본 인권을 짓밟고 있다. 북한 주민을 반()인권의 지옥에서 건져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문명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체제를 우러르는 남한 내 극좌파 세력에는 남은 미제의 점령지, 북은 진정한 조국 땅인가 보다. 이들에게 간첩과 빨치산은 애국자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눈앞의 반역에 눈감은 채 과거사 정리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국립묘지에 누워 계신 순국선열이 통탄할 일이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