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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이툰 감군, 한미 간에 협의했다더니

[사설] 자이툰 감군, 한미 간에 협의했다더니

Posted November. 23, 20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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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그제 한국정부의 이라크 주둔 한국군(자이툰부대) 감군 계획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한국 언론의 보도로 알았다고 밝혔다. 감군 규모가 1000명이라는 것도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이삭줍기 식으로 알았다고 했다. 우리 국방부가 나흘 전 미 측과 23개월 전부터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 측도 이해했다고 한 것과 전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이툰부대는 이 정권 출범 이후 불편해진 한미동맹을 떠받쳐 온 상징적 존재다. 따라서 감군을 추진하려면 마땅히 한미 간에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처럼 말이 서로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어느 쪽이 옳은지 밝혀야 한다. 이런 일들을 가볍게 여긴다면 동맹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져버린다.

설령 미 국방부가 한미 간에 다른 채널로 협의 중임을 몰랐다고 해도 감군 결정 과정에서의 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미숙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해찬 총리는 어제 국방부가 (감군) 뉴스 관리를 잘못했다고 했지만 그런 차원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하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방한() 중일 때 이처럼 민감한 군사적 결정을 해 그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다는 말인가.

부시 대통령이 17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경주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파병에 사의()를 표한 바로 다음 날 자이툰 부대원 1000명 감축안을 여당에 보고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까지 했으니 동맹국 정상이라면 누군들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겠으며, 그 국민인들 이를 납득하겠는가. 오죽하면 우리 군 일각에서조차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다음 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안을 일방 발표한 꼴이라는 탄식이 나오겠는가. 동맹관계는 서로가 마치 조심하고 배려할 때 유지되는 것이다. 그것은 저자세가 아니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서로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주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