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월드가) 신이 버린 땅의 딸들눈물 닦아줘야죠

(월드가) 신이 버린 땅의 딸들눈물 닦아줘야죠

Posted November. 18, 2005 08:26,   

日本語

카불에 세워진 아프간 최초의 여성전용 공간=8일 수도 카불의 도심 카르테초르 지역에선 장갑차와 기관총을 동원한 다국적군과 현지 군경이 삼엄한 경비를 펴는 가운데 아프간여성교육문화센터 개관식이 열렸다.

부지 1016m(약 300평)에 세워진 2층 건물엔 영화관과 컴퓨터 교실, 도서실, 강의실, 세미나실, 카페테리아, 쉼터가 갖춰졌다. 아프간 최초의 여성 전용 공간이다.

마수다 잘랄 여성부 장관, 오쿠다 노리히로() 아프간 주재 일본대사 등 참석자들은 감격스러운 듯 행사 도중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일부 여성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말 여자아이들만을 위한 초중등학교를 열었다가 주민들에 의해 불살라졌던 사실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여성전용 시설을 카불 한복판에 버젓이 세웠다는 것은 충격 자체라고 현지 주재 러시아 노보스티 통신 기자는 놀라워했다. 일부 외신들은 탈레반 잔당의 위협을 무릅쓰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프간에서 혁명을 일궈냈다고 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초청의 공식 행사 참석도 마다하고 오전 내내 자리를 지킨 오쿠다 대사는 한국 젊은이들이 그 어느 나라 외교사절단도 이루지 못한 외교적 개가를 올렸다며 솔직히 일본인으로서 이들이 부럽다고 털어 놓았다.

모래바람에 맞서 일하는 5명의 코리안 천사들=문화센터 개관은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가 3년여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다. 이곳을 터전으로 한국인 젊은이 5명이 아프간 여성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나섰다.

굿네이버스의 이병희 카불지부장(32), 오은주 간사(30여), 홍정표 간사(29)와 자원봉사자인 유경민(24강남대 3년 휴학 중), 김현정(22호서대 4년 휴학 중) 씨가 바로 그들. 모두가 미혼으로 이 지부장과 오 간사는 아프간 체류 3년에 이른다. 다른 사람들은 23개월 정도.

이 지부장과 오 간사는 2년 전부터 아프간 정부 관리 설득작업에 들어가 교육부로부터 간신히 건축 부지를 받아냈다. 이어 인류애를 호소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아프간 주재 일본대사관, 다국적군인 핀란드군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칠판이나 중고 컴퓨터 등은 한국에서 조달했고, 5명 모두가 인부를 도와 직접 방을 닦고 못질을 했다.

하루 23시간만 전기가 들어오고 물 사정이 좋지 않아 아주 가끔밖에 샤워를 할 수 없으며 치안이 불안해 한 달에 한 번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시장을 봐야 하는 불편쯤은 이제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 정도는 어려움도 아니지요. 수천 년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아온 아프간 여성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생각하면. 다음 프로젝트는 아프간 최대 규모인 예브시니아 병원 운영의 현대화 작업입니다.

모래바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 젊은이들은 건강해 보였다.



반병희 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