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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독, 그 여유의 비밀은

Posted November. 14,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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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한 삼성 선동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늘 기자회견을 갖는다.

한중일과 대만 기자 50여 명이 몰려드는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의 표정은 그날 승부에 상관없이 한결같다. 언제나 여유 있는 미소가 흘러나온다.

일본 롯데에 예선 1차전에서 졌을 때 그는 우리가 안타를 10개나 쳤으니 잘했다고 말했고 예선 2, 3차전에서 고전 끝에 이긴 뒤에도 어차피 승리를 예상해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며 느긋해 했다.

선 감독의 이런 모습은 예언 시리즈라는 말이 나왔던 올 한국시리즈처럼 이번 대회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판세가 돌아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 다소 우려했던 돔구장 적응에 별 어려움이 없었고 확실한 중간 계투를 앞세운 지키는 야구가 여전히 위력을 보이고 있어서다. 결승 진출 여부가 걸렸던 12일 대만과의 예선 3차전에선 1점차로 간신히 앞선 7회 다음 날 선발로 예정된 배영수까지 올리는 강수를 둔 뒤 결국 승리를 지켰다.

이처럼 예상이 척척 들어맞는 것은 그만큼 삼성의 현재 전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데다 상대도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뜻.

설사 결과가 나쁘더라도 선수들에게 큰 경기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게 선 감독의 얘기. 그만큼 부담이 적은 것도 그의 얼굴을 밝게 한다.

선 감독은 또 현역 시절 뛰었던 일본 무대에 감독으로 변신해 돌아온 만큼 다시 한번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고 싶은 마음도 강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는 더 강한 어조로 대답하곤 한다.

기자회견 때는 그날 수훈을 세운 삼성 선수 두세 명도 늘 선 감독과 동석한다. 감독의 당당한 태도에 선수들은 더욱 힘을 얻는다. 명장 밑에 약졸은 없다고 했던가.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