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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14와 129

Posted November. 03, 20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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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일상화되기 전 전화 교환원이 갖춰야 할 기본기는 암기력이었다. 전화번호를 많이 외워야 일을 잘하는 교환원으로 평가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인 114에 전화를 걸어 특정 기관 이름을 대면 어쩌면 그렇게도 막힘없이 번호를 알려주던지 감탄하곤 했다. 때때로 114 안내원은 실연한 청년이나 술 취한 사람들의 화풀이 상대가 돼 주기도 했다. 커피 한 잔 하자거나 결혼하자며 졸라대는 남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14가 올해로 일흔 살이 됐다. 지금은 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위치 검색, 생활 및 지역 정보까지 제공하는 첨단 서비스로 발전했다. 한 달 이용자만도 연인원 7000만 명에 이른다. 114와 같은 세 자리 특수전화번호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경성중앙전화국의 전화교환방식이 자동식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화재 및 구급신고 전화인 119도 당시 같이 도입됐다. 114는 일일이 사람을 찾다, 119는 일일이 구조하다로 생각하면 그럴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특수전화번호는 70여 개다. 110(전화 고장) 111(테러) 112(범죄) 113(간첩) 125(밀수) 127(마약) 131(일기예보) 132(법률구조) 134(관광정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달 1일 개통된 129가 가장 최근에 등장한 특수번호다. 소득 보장, 복지서비스, 건강 생활 및 긴급 지원에 대한 정보와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건강 복지 도우미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 특수번호의 쓰임새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상당수 번호는 한 달 이용자가 1만 명이 채 안 된다. 111과 113처럼 비슷한 목적의 번호를 통폐합해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911(소방 및 응급서비스) 등 11 코드로 단순화해 8개만 운영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 전화번호가 헷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