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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부터 혹세무민말고 원로 충고 들어야

[사설] 정권부터 혹세무민말고 원로 충고 들어야

Posted October. 22, 20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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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교포들과 간담하는 도중에 한 참석자는 국정을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해 달라고 요망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일부 언론이 혹세무민()하고 있으나 나라는 이미 반석() 위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20일 본보와 가진 회견에서 나라가 갈가리 찢어지고 있는데 위정자들은 남 탓만 한다면서 우리가 지금 정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 살고 있는지 간판만 대한민국이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 다른 생각을 가진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추기경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은 먼저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부 언론도 김 추기경과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우려되는 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총리는 김 추기경의 지적까지도 혹세무민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라가 반석 위에 올라있다는 이 총리의 말이야말로 혹세무민에 가까운 현실인식이 아닌가.

김 추기경은 대한민국을 살린 맥아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625전쟁 때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을 그렇게 아쉬워하는데, 이것이 국가 정체성()의 위기가 아니란 말인가고 반문했다. 이 총리에게 묻겠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 세습독재체제를 옹호하는 수구() 좌파 교수의 구속을 막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나서고, 남파간첩 출신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 버젓이 북을 드나들고, 대통령은 연합군사령관이 대한민국을 구한 역사에 대해 나쁜 역사는 나쁜 대로 기억하고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라가 과연 이미 반석 위에 올라있는 나라인가.

북한은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앞세워 남한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민간기업의 인사()를 시비하더니 이제는 국내정치와 언론에 대한 간섭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권은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에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한국의 태도에 대해 미국이 낯설지 않게 수용해가고 있지 않느냐고, 미국 쪽의 대한()인식을 읽지 못하는 듯한 말을 했다. 경제와 민생은 회복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은 해소되기는커녕 정권에 의해 조장돼왔다. 이것이 반석 위에 올라있는 나라인가.

강원용 목사는 19일 본보와 가진 회견에서 앞으로 2, 3년이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할 것이라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다. 강 목사는 노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강정구 발언 파문을 키웠다며, 국민의 참여가 저조한 정부를 참여정부라고 할 수는 없으며 민심은 정권이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노 정권은 이제라도 원로들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다수 국민의 노력에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