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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수상남 판친다

Posted September. 01, 200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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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3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L오피스텔 5층.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이 집 저 집 문손잡이를 당겨 보다가 비상계단으로 사라졌다.

또 다른 날 오전 5시경, 2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이 집 저 집 문을 당기다 한 집으로 들어갔다.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가 살인사건이 발생한 오피스텔의 폐쇄회로(CC)TV 화면의 일부를 검색한 결과다. 경찰은 남의 집 문을 심심풀이하듯이 당겨 보고 다니는 말쑥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방범장치 판매상들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누군가 내 집 문을 열고 있다=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H오피스텔에 사는 안모(28) 씨는 얼마 전 집에서 낮잠을 자다가 누군가 현관 문을 당기는 소리에 잠을 깼다. 누군지 묻자 아무 소리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안 씨는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자 일부러 인기척을 내지 않고 인터폰 화면을 통해 밖을 살폈다.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누구냐는 소리에 황급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오피스텔은 특성상 하루 내내 사람이 출입하는 경우가 잦으며 이 가운데 절도범이나 흉악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문손잡이 잡아당기는 소리에 거주자들은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없다.

스스로 보호해야=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C오피스텔에 사는 송모(27여) 씨는 최근 디지털 문열쇠의 번호입력판을 닫고 출근했으나 퇴근 때면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보조키를 하나 더 달았다.

최근 성폭행 살인사건이 일어난 서초구 L오피스텔은 피해자가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 이 오피스텔 317가구 중 110여 가구가 보조키를 달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신 건물 입주자들이 전자출입기 CCTV 디지털 문열쇠 등이 설치된 것을 보고 안전의식이 희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경찰서 강성권 형사과장은 독신자들이 주로 사는 오피스텔은 가구 간 대화가 단절돼 범죄 발생 시 주변의 도움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개개인이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