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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초학력

Posted August. 29,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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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청소년들의 기초학력 부진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 가운데 읽기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비율이 36%에 이르고 수학에선 23%가 그렇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교육 개혁 구호로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No Child Left Behind)를 내세웠던 이유가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초등학교 3학년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읽기 2.89%, 수학에서 4.63%로 나타나 미국에 비한다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살펴보면 안심하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학력의 지역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중학생 37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남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0.37%에 불과했으나 어떤 지역은 3.3%로 강남의 9배나 됐다. 주로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미달 학생이 많이 나왔다.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빈곤층 자녀들이 일찍 공부에서 멀어지면 가뜩이나 불리한 조건 아래에 있는 이들이 잘살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터에 교육이 희망인 계층일수록 기초학력은 절실한 것이다. 이혼 가정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교육 소외를 확대하는 새 요인이 되고 있다.

진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은 부모의 도움도, 사교육을 받을 여유도 없다. 교사들이 사명감을 발휘해야 할 대상이 바로 이들이다. 아무리 평등주의적인 입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공부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소외계층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유능한 교사를 저소득층 지역에 배치하고 예산을 많이 배정하는 게 실질적인 대책이다. 잠재력이 뛰어나면서도 나쁜 교육환경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잡지 못한 학급부진 학생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참교육이 아닐까.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