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도청 테이프 선별 공개로 가는가

Posted August. 09, 2005 03:07,   

日本語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274개의 도청테이프 처리문제에 대해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비공개할 것은 비공개하자고 말했다. 그 논거로 테이프 안에 범죄사실, 국가적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해야 할 사안, 보호돼야 할 사생활이 혼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선별() 공개를 주장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밀어붙여온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지난해 여당 내에서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일자 국보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쾌도난마()식 정리를 했던 상황의 재판()이다.

그러나 도청테이프 처리를 위한 특별법은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사실상의 수사행위인 도청테이프를 검증하는 것은 헌법의 권력분립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색을 배제한 인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위원회의 테이프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대형 정쟁()을 유발해 국가적 혼란과 낭비를 불러올 위험이 크다.

노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일축하면서 현 정부에서의 도청 의혹을 포함해 도청 진상규명에 대한 검찰조사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의혹에 대한 수사를 2년여 동안 하고도 올해 4월 혐의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다. 국가정보원 측이 수사협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전례에 비추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국정원 개혁을 내세워 개혁코드 인사를 했다. 국정원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도 지시했다. 그러나 도청문제에 관한 한 국정원은 최근까지도 DJ정부 이래 도청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과거사 진상규명에서 도청문제는 빼놓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전신) 후보로 대선에 당선된 DJ정부의 계승자다. 그런 점에서 도청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도청문제를 앞 정권의 책임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국가권력의 범죄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법적 제도적으로 도청을 발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