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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병준 실장도 잘못 가고 있다

Posted August. 05, 2005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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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물러난 뒤 김병준 정책실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기고, 인터뷰, 강연에 담긴 김 실장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강력한 의제(어젠다) 설정 파워를 갖고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할 의제가 제대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며 언론을 비판했다. 국가적 의제 설정은 정부, 언론, 시민사회 중 어느 한쪽에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다. 셋이 서로를 인정하고 보완하며 각자 기능에 충실해야만 바른 의제 설정이 가능하다. 국가적 의제 설정이 잘못되고 있는 데는 정부와 국민 간의 매개 역할을 하는 언론을 적대세력처럼 대하는 정부에 큰 책임이 있다.

언론은 그동안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시키기 위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시장친화적인 실용주의 정책을 펴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 달라고 끊임없이 주문해 왔다. 김 실장은 차라리 언론이 제시해 온 이런 어젠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아니면 이런 의제를 정책으로 구현할 실력이 부족함을 자성할 일이다.

김 실장은 그제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는 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고 지난 날의 외환위기와 성수대교 붕괴까지 잘못된 선거제도와 지역구도 탓이라고 주장했다. 논리를 펴다 보면 그런 연결고리를 전혀 찾을 수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지금 당장 부딪쳐야 할 경제와 민생 관련 정책과제가 한둘이 아닐 텐데 선거제도와 지역구도 타령이나 하고 있어서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 거리를 달리는 택시 운전사들의 입에서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질타가 쏟아져 나온다. 정책 당국자 자신들의 무능과 실패는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신문과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 탓으로 돌리기만 해서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김 실장에게 고언()하건대 대통령의 심기를 대변하는 발언만 쏟아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정부의 정상적인 의제설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