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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실크로드행 열차를 타자

Posted July. 14, 200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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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2000년 초만 해도 만년설로 뒤덮인 해발 6000m 티베트 고원의 탕구라() 산맥은 사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영역이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이 고산지대에는 지금 철로 부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거대한 철로 부설 기계가 굉음을 낼 때마다 철로는 40m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대표 프로젝트인 칭짱() 철로 건설 현장이다. 칭하이() 성의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험한 준령과 사막을 넘어 1142km를 연결하는 대공사다.

85%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공사가 2007년 10월 마무리되면 티베트(시짱 자치구)에서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4000여 km를 단숨에 내달리게 된다. 가능성의 땅 서부와 이미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동부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올해는 2000년부터 시작된 서부대개발 1단계 전반기의 마지막 해. 중국 정부는 21세기 중엽까지 서부의 생활수준을 중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첫 단계 사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본보 취재팀이 돌아본 중국 서부는 사실상 지역 전체가 공사장이나 다름없었다.

5년간 새롭게 깐 도로만도 9만1000km. 지구를 두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대도시 백화점은 주말이면 고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잠재력으로만 평가되던 거대 시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와 시장이 갖춰지면서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도 관망을 끝내고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인구 3억7000여만 명의 미개척 시장을 놓치고서는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서부의 관문인 충칭()에서 중국 업체와 합작으로 지난해부터 중소형차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청두()에 진출한 인텔은 올해 말 핵심 전자부품 생산에 들어간다.

첨단 기술업체들도 서부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의 10배 크기인 청두의 가오신(하이테크) 개발구엔 최근 5년 새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소니 등 다국적 첨단 기술 업체 5000여 개가 진출했다.

이 같은 서부의 힘을 바탕으로 타클라마칸 사막 너머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 국경에서는 인구 2억4000여만 명의 중앙아시아 10개국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지역경제권이 태동하고 있다.

이영준() KOTRA 청두무역관장은 1000여 년간 방치돼 온 불모의 땅 서부가 이제 중화권 경제의 핵심 배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서부개척을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 실현의 기초를 닦았듯 중국 역시 서부대개발을 통해 팍스 시니카(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서부를 수놓았던 뉴프런티어(New Frontier)가 지금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는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PI)는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테러국가가 아니라 바로 서부대개발을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