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말은 시원해도

Posted June. 16, 2005 03:05,   

日本語

한일 정상회담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어떤 주제로 할지 결정되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최고위 외교관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3부 요인과 5당 대표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교적 결례지만 협상전략?=한일정상회담 개최 발표 몇 시간 전에 한 이 발언은 외교적으론 결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협상은 카운터파트도 중요하고 전략적이고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둑을) 막고 (물을) 품듯이 밀어붙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분히 의도된 발언임을 시사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근() 교수는 정상적인 프로토콜에 따라서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교라고 한다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라며 그러나 전략적인 차원에서 발언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할지, 말지 운운한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할말이 있다면 정상회담에서 당당히 하면 된다. 입장을 바꿔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다른 나라 정상이 그런 말을 했다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설(), 시원하지만 앙금이 문제=노 대통령은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수차례 설화()를 겪었지만 외교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 간의 관계라는 점에서 또 다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소르본대 강연에서 프랑스에 대해서 우리가 보다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프랑스 문화가 미국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발언 서두에서 제가 말을 잘못하면 섭섭해 할 미국 친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국가 간 비교를 감행했다.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은 즉각 미국 당국자들에게 전파됐다. 올해 초 본보 기자를 만난 미국 관리들은 노 대통령의 프랑스 발언을 보여주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올 3월 독도문제로 한일 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도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논란을 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일본을 겨냥해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를 뽑도록 하겠다고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글 말미에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썼다가 나중에 우리의 요구는 반드시 역사의 응답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수정했다.

퇴로()를 남겨야=외교에 있어 직설어법의 위험성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다는 점이다. 특히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대해 단정적 언사()를 사용할 경우 말 뒤집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 군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자로서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불리는 이 발언은 이후 주변국들에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동북아 균형자론은 일본의 군비를 합법화하고 강화하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준비한 것이라고 발언배경을 설명했다. 외교부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북아 역내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라고 서둘러 정리했다.



윤영찬 이정은 yyc11@donga.com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