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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쟁과 데모사이드

Posted June. 13, 20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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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의 달이다. 현충일은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은 우리는 누구보다도 전쟁의 참상을 실감하는 국민이다. 전쟁의 상흔이 큰 만큼 그러한 비극이 이 땅에서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평화에 대한 염원도 크다. 그러나 이 땅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평화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국가 간 정치적 합의가 일시적 평화를 낳을 수는 있으나 영속적 평화는 보다 근본적 처방 없이는 이루기 힘들다.

20세기 전쟁의 역사를 보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해도 놀랄 만한 사실이 발견된다.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하여 625전쟁, 베트남전, 그리고 크고 작은 전쟁 때문에 약 4000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 희생자 속에 상당수의 민간인이 포함돼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전쟁보다 더 참혹한 실상이 있다. 데모사이드(democide시민학살)이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루돌프 J 러멜 교수에 따르면 정권에 의한 자국민 대량학살인 데모사이드는 주로 공산주의나 전체주의 국가의 절대 권력에 의해 자행된다. 20세기에만 데모사이드로 약 1억 7000만 명의 인류가 희생됐다(이상우 저 럼멜의 자유주의 평화이론). 이는 20세기 전쟁 희생자의 4배에 달하는 숫자다. 극단의 절대 권력이 극단의 대량학살과 전쟁을 낳고 있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던 평화주의자 러멜은 절대 권력으로부터의 탈피가 데모사이드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았다. 시민의 기본권과 정치적 권한을 보편화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신장만이 시민학살을 막는다는 것이다. 한 나라가 민주화하면 할수록 시민학살의 가능성이 낮아질 뿐 아니라 전쟁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폭력과 전쟁 반대를 외치는 이상주의적 평화주의나 좌파 평화주의와는 다른, 훨씬 적극적 평화주의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북한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하고 그 해결책을 시사해 주는 얘기다.

현 인 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국제정치 ithyu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