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국제매너 설전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다시 급랭하고 있다.

우이() 중국 부총리가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귀국해 버린 데 따른 여파다.

일본은 중국의 외교적 무례를 연일 비난하고 있으나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들며 일본에 잘못을 돌리고 있어 양국 관계는 한동안 타협점을 찾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 국제 매너도 없는 중국=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은 23일 오후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막판에 회담을 취소한 것은 최근 중국의 부랑자 시위대가 주중 일본대사관에 한 파괴 행동과 똑같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도 이유도 없이 돌아가다니 국제 예의상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 신문은 1998년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와의 회담을 막판에 취소한 적이 있지만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총리보다 하급자라는 점에서 훨씬 더 무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일본이 먼저 신의 어겨=선궈팡()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24일 우 부총리의 방일 기간 중 일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했다며 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회담 거부는 우 부총리가 본국에 제의했으며 지도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24일 중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총리가 16일 국회에서 전몰자 추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같은 말을 회담에서 듣는 것은 견딜 수 없다며 본국에 회담 거부를 요청했고 22일 밤 지도부로부터 동의 회신을 받았다는 것.

중국을 방문한 다케베 자민당 간사장이 21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한 중국의 비판을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가 왕 부장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것도 이번 사태를 부른 요인이었다.

전체적으로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하고도 일본이 이를 먼저 어겼다는 반응이다.

당분간 기싸움 계속될 듯=홍콩의 시사평론가 류루이샤오()는 중일 관계는 과거사뿐 아니라 대만 문제, 댜오위() 섬 영유권 분쟁,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에 따른 지역 주도권 쟁탈 문제 등이 겹쳐 한동안 냉각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최근 대만야당 지도자들의 중국 방문으로 대만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만큼 대일 관계에서도 당분간 강경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유성 조헌주 yshwang@donga.com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