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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카드 물쓰듯 파산많다

Posted May. 18, 20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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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 주의 벤저민 프랭클린 배기트(38) 씨는 1990년 신혼여행 때 처음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그는 호텔의 안내인 일을 하며 시간당 11달러를 버는 처지였지만 신용카드로 자신과 아내의 옷을 구입했다.

5년 뒤인 1995년에는 의사와 변호사, 교수들이 사는 동네로 이사했다. 이웃의 생활수준에 맞추기 위해 가구와 카펫 등을 신용카드로 구매했다. 수입은 시간당 13달러로 약간 늘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빚은 훨씬 불어났다.

두 차례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신용카드 빚을 갚았지만 부채는 금세 다시 늘었다. 빚이 3만 달러(약 3000만 원)에 이른 2003년, 배기트 씨는 결국 파산 신청서를 냈다. 결혼 13년 만에 그는 집을 처분하고 아내와도 이혼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빚 속에서 잠을 깨기보다 저녁을 굶고 잠을 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기트 씨는 정반대로 생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많은 미국인이 부자 이웃을 따라잡기 위해 카드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소비 우선=19902004년 미국 전체의 중간치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은 11% 늘어났다. 그러나 지출은 30% 급증했다. 무슨 돈으로 소비했을까. 80%나 폭증한 빚이 그 해답이다. 19922004년 미국 가계빚은 2배로 늘어 10조달러(약 1경15조 원)를 넘어섰다.

2003년 1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지닌 가구들이 진 빚의 평균액은 9205달러(약 920만 원). 5년 전에 비해 23% 늘어난 규모다. 19702000년 상류층과 중산층의 소득 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이들의 소비 차는 그만큼 크지 않았다. 중산층들이 빚을 내 생활했기 때문이다.

과시 소비=중산층들은 주택과 자동차, 가구 등을 사는 데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1980년 이후 주택 규모는 30% 커졌다. 건설노동자인 윈포트 웨인맨(30) 씨는 동생의 건설업체에서 일하면서도 빚을 내 픽업트럭을 4대나 구입했다. 멋진 트럭을 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게 이유다.

최근 유타 주의 한 신문은 쇼핑이라는 십자군전쟁에 나선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를 칼처럼 휘둘러 탐욕의 정글을 헤치고 나아간다고 평했다.



이 진 leej@donga.com